2009년 09월 27일
기호 3번 외계인

나온지는 한달이 다 되어가는 책입니다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눈에 띄지 않는 책입니다. 3권까지의 각권의 제목이 다르고(1권 세입자는 외계인, 2권 전학생은 외계인, 3권 기호 3번 외계인), 각권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다른 이유로 같은 시리즈라는 것조차 몰랐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입니다만 그런 걸 모두 감안하더라도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이지요.
뭐, 개인적으로는 작가분과 친분도 있고, 웹연재 시절부터 팬이었으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작가분께 피해를 끼치기도 한지라 객관적인 평가같은 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 점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작품은 라노베의 궤에서 은근히 일탈한 물건입니다. 주인공은 개념도 없고 싸가지도 없으며 능력도 없습니다. 사실상의 천애고아 소년가장에 학교에서는 왕따, 그것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오해로 인한 왕따인데다 확고부동한 찌질이입니다. 게다가 오히려 그것에 익숙해져서 타인과의 교류자체에 거부감까지 보여주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뭐, 그나마 라노베의 상궤에 부합하는 거라면 여장이 어울리는 미소년에 건전 쾌활한 '여자'소꿉친구가 있다는 것 정도겠군요.
미소녀가 많이 붙어있어서 외견상으로는 핑크빛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그 미소녀라는 것들의 정체가 '전범으로 지명수배당한 전략가'에 '단칼에 별도 쪼개는' 암캐에 '대량학살용' 인형기동병기가 되고 보면 그건 이미 고난이지요. 적어도 하렘물의 분위기는 거의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 군식구들로 인해 계속해서 뭔가 일은 자꾸 벌어지고, 단위전력이 우월한 군식구들을 노린 음모는 대부분 주인공을 타겟으로 행해지는 결말. 뭐,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각성'하거나 '기연'을 얻어 모든 것을 평정하고 군식구들을 모두 처첩으로 맞아들이는 식으로 갔다면 그건 망작이죠.
결국 주인공은 평범한 지구인 A로밖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뭔가 행동하려 하지만 결국 히로인이 짜놓은 계략의 틀 안에서 발버둥치는 캐릭터로 등장하지요. 물론 읽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무력한 주인공에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본작은 전개에 있어서 그런 테두리 부분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해당되는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밖에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찌질대면서도 결국은 필사적으로 해내죠. 비록 그것이 히로인들이 짜놓은 '적절한 무대'를 빈 상황과 연출로서일 뿐이지만 말이지요. 뭐, 결국 최종적으로는 히로인이 썩소를 날리며 '계획대로' 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뒷이야기를 통해 사정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독자 역시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히로인 자체가 흔한 천사표 히로인이 아닌지라(뭐, 흔히 나오는 사람은 벌레 죽이듯 죽이지만 실은 속은 여리다거나 하는 뻔한 캐러가 아니라, 뼛속까지 독부 스타일이라 필요하다면 주인공도 한순간에 내버릴 수 있는 캐러입니다.) 주인공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라는 것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겠지요.
거기에 더해 이 작품 자체의 무대역시 느낄 듯 말 듯 하게 독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진짜 '한국의 어느 고등학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봉사점수를 위해 출마한 상대 후보, 운영위원회앞에 벌벌기는 교사, 그리고 정작 무관심과 무기력으로 일관하는 학생들... 덥지만 에어컨은 틀어주지 않고, 비싼 급식비에도 밥은 맛 없습니다. 그러나 불평과 불만은 있지만 행동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죠. 뭐, 최근에 흔히 보이는 '한국인들이 다니는 일본 학교'가 아니라 진짜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무대가 구현되어 있습니다(사실 완벽한 리얼리티는 아니라고 봐야죠. 완벽하게 구현해버리면 이야기 자체가 나올 건덕지가 없으니... 다만, 저것만 해도 저나 작가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개벽 수준이라고 봐야할 겝니다.). 현실적인 무대에서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변 인물 가운데서 주인공만이 외칩니다. 히로인이 원하는 것은 '만화속의 학교'를 만드는 거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 대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교직원에 의해 끌려나가긴 합니다만, 결국 주인공의 외침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것을 구경할 뿐이었던 학생들이 '지크 지온'을 외치게 됩니다(약간의 각색 있음). 한명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그런 정도 뿐이겠지만 과연 그게 가치없는 행동일까요? 흔하다면 흔한 플롯인지도 모릅니다만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플롯이기도 하지요.
결국 주인공은 평범한 지구인 A로밖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뭔가 행동하려 하지만 결국 히로인이 짜놓은 계략의 틀 안에서 발버둥치는 캐릭터로 등장하지요. 물론 읽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무력한 주인공에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본작은 전개에 있어서 그런 테두리 부분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해당되는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밖에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찌질대면서도 결국은 필사적으로 해내죠. 비록 그것이 히로인들이 짜놓은 '적절한 무대'를 빈 상황과 연출로서일 뿐이지만 말이지요. 뭐, 결국 최종적으로는 히로인이 썩소를 날리며 '계획대로' 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뒷이야기를 통해 사정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독자 역시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히로인 자체가 흔한 천사표 히로인이 아닌지라(뭐, 흔히 나오는 사람은 벌레 죽이듯 죽이지만 실은 속은 여리다거나 하는 뻔한 캐러가 아니라, 뼛속까지 독부 스타일이라 필요하다면 주인공도 한순간에 내버릴 수 있는 캐러입니다.) 주인공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라는 것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겠지요.
거기에 더해 이 작품 자체의 무대역시 느낄 듯 말 듯 하게 독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진짜 '한국의 어느 고등학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봉사점수를 위해 출마한 상대 후보, 운영위원회앞에 벌벌기는 교사, 그리고 정작 무관심과 무기력으로 일관하는 학생들... 덥지만 에어컨은 틀어주지 않고, 비싼 급식비에도 밥은 맛 없습니다. 그러나 불평과 불만은 있지만 행동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죠. 뭐, 최근에 흔히 보이는 '한국인들이 다니는 일본 학교'가 아니라 진짜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무대가 구현되어 있습니다(사실 완벽한 리얼리티는 아니라고 봐야죠. 완벽하게 구현해버리면 이야기 자체가 나올 건덕지가 없으니... 다만, 저것만 해도 저나 작가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개벽 수준이라고 봐야할 겝니다.). 현실적인 무대에서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변 인물 가운데서 주인공만이 외칩니다. 히로인이 원하는 것은 '만화속의 학교'를 만드는 거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 대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교직원에 의해 끌려나가긴 합니다만, 결국 주인공의 외침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것을 구경할 뿐이었던 학생들이 '지크 지온'을 외치게 됩니다(약간의 각색 있음). 한명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그런 정도 뿐이겠지만 과연 그게 가치없는 행동일까요? 흔하다면 흔한 플롯인지도 모릅니다만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플롯이기도 하지요.
세입자는 외계인 시리즈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렇게 라이트한 물건은 아닙니다. 뭐, 웹연재 시절이야 난무하는 오덕토크와 건덕토크로 인해 상당히 라이트한 감이 있었습니다만, 출판본에 이르러서는 그런 부분이 대부분 제거되면서 속이 시커먼 히로인, 무능력한 주제에 찌질하기까지 한 주인공, 그리고 지나치게 현실에 가까운 무대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무거운 작품이 되고 말았고, 그것이 웹연재 시절의 팬층 일부의 이탈을 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대신으로 작품 자체의 밀도는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충분한 수준이고 굳이 무거운 게 싫다고 생각된다면 뒷이야기쪽을 무시하면 되는 이야기이니 취사 선택의 차이겠지요.
ps. 일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뭐, 3권 일러스트레이터로 쭉 가기만 해도 괜찮을 듯 하네요. 작가분 일러스트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림 그릴 시간에 글을 한 페이지 더 쓰는 게 정상이니까 기각된 듯 합니다.
ps2. 아래는 작가 직접 그린 광고.
ps3.

# by | 2009/09/27 18:11 | 잡설들 etc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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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야겠군요.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저거 보고 안샀는데[...]
ps. 네, 저거 낚시. 웹연재 시절에 본 기억으로는 지온 시절의 샤아를 연상케 합니다. 아군을 효율적으로 소모하는 것에 도가 튼 작자...